저는 안전 수치를 볼 때 숫자 자체보다 '무엇과 무엇을 비교했는지'를 먼저 봅니다.
그래서 이번 로이터 보도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도 그거였는데요.
"10배 안전"이라는 그 숫자, 도대체 무엇과 비교한 10배일까.
앞서 저는 테슬라가 유럽에서 받은 FSD 승인과 네덜란드 실주행 안전 통계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충돌이 몇 배 줄었다는 그 좋은 소식이요.
그런데 같은 안전 데이터 계열을 두고, 정반대 방향에서 의문을 던지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 글은 'FSD가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테슬라가 내놓은 안전 수치를 액면 그대로 믿어도 되는가'를 따지는 이야기인데요.
한쪽 시각만 전하면 균형이 깨지니까, 반대편 시각도 같은 무게로 전해드리려 합니다.
2026년 6월 15일, 로이터가 단독으로 보도했습니다.
테슬라가 유럽 규제당국에 FSD 승인을 받으려고 제시한 자체 안전 통계가
비교 기준이 불공정해서 안전성을 과장한다는 내용입니다.
로이터가 의뢰한 독립 교통안전 연구자 11명 중 10명이
테슬라의 방법론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진지한 안전 연구가 아니라 오해를 부르는 마케팅."
문제가 된 수치는 세 가지였는데요.
FSD 차량이 미국 평균 운전자보다 충돌 사이를 7배 이상 멀리 주행한다는 주장.
FSD가 인간 운전자보다 최대 10배 안전하다는 주장.
FSD로 3.2만 명의 생명을 구하고 190만 건의 부상을 예방할 수 있었다는 주장.
숫자만 보면 압도적입니다.
그런데 연구자들이 문제 삼은 건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그 숫자를 만든 비교 방식이었습니다.
테슬라가 이 수치를 들고 찾아간 곳은 한두 곳이 아니었습니다.
네덜란드 도로교통청 RDW에는 2024년 11월에 안전 보고서 링크를 제공하며
FSD 사용이 늘면 더 안전한 도로로 이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RDW는 2026년 4월에 FSD를 잠정 승인했고요.
스웨덴 교통청에는 2026년 4월 10일, 네덜란드 승인 직후에
테슬라 정책 매니저 이반 코무사나츠가 슬라이드 프레젠테이션을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7배 이상 멀리 주행", "3.2만 명 생명·190만 부상 예방" 주장이 담긴 자료였습니다.
그리스에는 미국 데이터를 인용해 사고를 크게 줄인다고 제시했고요.
노르웨이에서는 테슬라 애호가들이 보고서를 인용하자
공공도로청이 그 수치가 '자체 생산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결함부터 보겠습니다.
테슬라는 자사 FSD 차량에서는 '에어백이 전개된 사고'만 집계했습니다.
그런데 비교 대상으로 삼은 미국 전체 충돌 통계에는
견인차가 필요한 수준의 훨씬 경미한 사고까지 들어가 있었습니다.
견인이 필요한 사고는 에어백이 안 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테슬라는 자기 쪽은 '심한 사고만' 세고, 상대 쪽은 '가벼운 사고까지' 센 겁니다.
이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한 것만으로 안전 마진이 약 3배 부풀려진다고 합니다.
미시간대 연구자 마르코 베네데티는 같은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봤는데요.
테슬라의 에어백 사고를 전체 차량의 에어백 사고와 비교하는 사과 대 사과 방식으로요.
그러자 "10배 안전"이 "약 3배 멀리 주행"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우위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다만 '10배'가 '약 3배'로 줄었다는 점이 중요한데요.
두 번째 결함은 차량 연식입니다.
테슬라는 평균 4.1년 된 자사 차량군을
평균 12.8년 된 미국 전체 차량군과 비교했습니다.
낡은 차에는 요즘 차에 들어가는 안전장치가 없습니다.
에어백 개수, 자동긴급제동 같은 것들이요.
그러니 사고와 부상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그 차이가 'FSD 덕분'이 아니라 '차가 새것이라' 안전한 부분까지
통계에 섞여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카네기멜런대 필 쿠프먼 교수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마치 '내 제트기가 네 2차대전 폭격기보다 빠르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요점이 뭔가?"
세 번째는 '3.2만 명 생명 구제'라는 주장이 선 가정입니다.
이 숫자는 미국의 모든 차량을 FSD 테슬라로 바꾼다는 전제에서만 성립합니다.
화물 트럭도, 오토바이도 전부요.
독립 연구자들은 이를 '터무니없는 전제'라고 평가했습니다.
네 번째는 독립 검증이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교통안전 전문가 노아 굿올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데이터 중 어느 것도 독립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테슬라를 믿을 수밖에 없는데, 그들의 오해 유발 관행 이력을 생각하면 그건 매우 어렵다."
유럽교통안전위원회 ETSC 대변인 더들리 커티스는 더 직접적이었습니다.
안전 주장을 하고 싶으면 데이터를 대학에 넘겨 자격 있는 연구자에게 독립 검증을 받고,
그다음에 이야기하자고요.
다섯 번째 쟁점은 '5초 이탈 창'인데요.
이건 주로 뒤에 나오는 상원 서한에서 강조된 부분입니다.
충돌 5초 이내에 사람이 제어를 넘겨받으면 그 사고가 'FSD 사고'가 아니라 '인간 사고'로 기록된다는 지적입니다.
여기서 테슬라의 반응이 궁금하실 텐데요.
테슬라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6월 15일 보도 시점은 물론, 이후 보도들이 나올 때까지도
직접적인 공개 반박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테슬라 우호 매체 한 곳이 제3자 입장에서 반박 논리를 폈는데요.
이건 테슬라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겠습니다.
네덜란드 RDW가 자체 검증을 거쳐 승인했으니 마케팅 수치에만 의존한 게 아니라는 논리,
승인 과정에서 데이터 제출은 표준 절차라는 논리 등이었습니다.
다만 이 매체조차 테슬라의 직접 반박은 없었다고 인정했습니다.
규제당국 쪽은 선을 그었습니다.
네덜란드 RDW는 마케팅 주장이나 외부 통계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테스트와 분석, 검증을 수행한다고 답했습니다.
스웨덴 교통청도 헤드라인 수치 너머를 본다며,
결정은 제시된 전체 증거에 기반한다고 답했습니다.
두 규제당국 모두, 적어도 테슬라 슬라이드 한 장으로 승인한 게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논란은 미국 안에서도 번졌습니다.
2026년 6월 16일, 상원의원 에드 마키와 리처드 블루먼솔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NHTSA에 서한을 보냈습니다.
테슬라의 FSD 안전 통계를 '약하고 오해를 부르는' '긴급한 안전 문제'로 규정하고,
전면 검증을 요구한 겁니다.
서한이 짚은 문제는 앞서 연구자들이 지적한 것과 겹쳤습니다.
'7~10배 안전' 주장을 NHTSA가 독립 검증한 적이 있는가.
충돌 5초 전 인계 시 FSD 사고에서 빠지는 '5초 이탈 창'이
NHTSA의 30초 보고 기준과 어긋나지 않는가.
에어백 사고와 전체 사고를 비교하고, 신차와 노후 차량을 비교한 방법론 선택까지요.
답변 기한은 2026년 7월 7일로 정해졌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 기준으로는 아직 기한 전이라,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균형을 잡고 싶습니다.
비판이 맞는 부분은 분명히 있습니다.
에어백과 견인차 기준이 다른 것, 신차와 노후차를 비교한 것,
보편 채택을 가정한 것, 독립 검증이 없는 것.
이건 수치 해석에 실제로 존재하는 구조적 문제들입니다.
연구자 11명 중 10명, ETSC, 상원의원 2인이 한목소리로 "액면 그대로 믿지 말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곧 'FSD가 인간보다 위험하다'는 증명은 아닙니다.
비판의 요지는 '과장된 비교'이지 '인간보다 위험하다'가 아닙니다.
베네데티가 사과 대 사과로 다시 계산했을 때도
FSD는 여전히 '약 3배 멀리 주행'으로 나왔습니다.
'10배'가 '약 3배'로 줄었을 뿐, 우위 자체가 뒤집힌 건 아닌 거죠.
그리고 솔직하게 덧붙일 게 하나 있습니다.
제가 앞서 소개한 네덜란드 자체 통계도, 이번 미국 데이터도
'테슬라가 직접 집계하고 외부 검증이 없다'는 한계는 똑같이 공유합니다.
좋은 소식을 전할 때나 비판을 전할 때나, 이 한계는 빠지지 않는데요.
시스템을 만든 회사가 동시에 자기 성적표를 매기는 유일한 채점관인 상황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구분해두겠습니다.
이번 로이터가 직접 때린 건 '미국 기반 7배·10배·3.2만 명' 수치입니다.
네덜란드 실주행 통계가 같은 방법론 결함을 그대로 받는지는
출처가 명시적으로 연결하지 않아서, 저도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이야기를 짧게 보태겠습니다.
이건 출처가 한국을 직접 언급한 게 아니라 제 해석이라는 점을 먼저 밝혀두고요.
한국도 FSD 도입과 확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럴 때 '얼마나 안전한가'만큼 중요한 질문이
'그 안전 수치를 누가, 어떻게 검증하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논란이 보여준 건 결국 한 가지입니다.
같은 데이터라도 비교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10배'가 되기도 하고 '약 3배'가 되기도 한다는 점.
딱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숫자를 의심하라는 게 아니라, 그 숫자가 무엇과 비교됐는지를 물어보라.'
FSD 안전 통계 뉴스를 볼 때, 다음 한 가지만 같이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이 수치가 독립적으로 검증된 것인지, 아니면 만든 쪽이 스스로 매긴 점수인지요.
그 한 줄을 묻는 습관이, 좋은 소식과 과장을 가르는 가장 빠른 길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