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곧 나온다'는 말을 오래 듣다 보면 어느 순간 기대를 접게 되는 편입니다.
차세대 테슬라 로드스터가 딱 그렇습니다.
로켓 추진기를 달고 1초대에 시속 100km를 찍는다는 슈퍼카.
들을 때마다 설레는데, 그 '곧'이 벌써 9년째입니다.
이번에도 공개가 또 미뤄졌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소식,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흔히 아는 것과 결이 조금 다른데요.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주장인지, 차분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원래 차세대 로드스터의 공개 시연은 2026년 5월 말이나 6월 초로 예고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8월 또는 그 이후'로 다시 밀렸습니다.
시연 장소로는 텍사스가 거론됩니다.
여기까지가 이번에 나온 소식의 뼈대입니다.
연기 자체는 처음이 아닙니다.
올해 안에서만도 데모 일정이 여러 번 바뀌었는데요.
4월 1일에서 4월 말로, 다시 '한 달쯤 뒤'로, 그리고 이번에 8월 이후로.
한 해 동안 같은 행사가 네 번이나 자리를 옮긴 셈입니다.
여기서 한 번 멈춰야 합니다.
'8월 연기'는 테슬라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이 아닌데요.
미국 매체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이 프로그램 사정을 아는 익명 소식통 네 명을 인용해 처음 보도한 것입니다.
이걸 일렉트렉, 카스쿱스, 국내 매체가 받아 전했습니다.
테슬라는 코멘트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꼭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추진기 통합이 안 끝나서 미뤄졌다'는 사유도 테슬라가 밝힌 공식 이유가 아닙니다.
이건 매체가 정황으로 연결한 해석입니다.
실제로 카스쿱스는 "연기의 기술적 사유는 명시되지 않았다"고 분명히 적었습니다.
정확히 무엇이 미완성인지는 공개된 바가 없다는 뜻입니다.
반면 바로 앞 단계였던 "한 달쯤 뒤 공개"는 머스크가 직접 한 말입니다.
2026년 1분기 실적발표 콜(4월 21일)에서 나온 발언인데요.
"데모에서 뭔가 잘못되지 않으려면 많은 테스트와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머스크가 직접 한 말은 '한 달쯤 뒤'까지고, '8월 연기'는 익명 소식통 보도, '추진기 때문'은 매체 해석입니다.
"테슬라가 추진기 때문에 연기한다고 발표했다"는 말은, 엄밀히 보면 사실이 아닙니다.
그래도 이 추진기 이야기는 짚고 넘어갈 만합니다.
이번 보도의 중심에 있는 게 바로 이 시스템이니까요.
내부 코드명은 'A71'로 알려졌습니다.
테슬라와 SpaceX가 함께 개발 중인 콜드가스(냉가스) 추진 시스템입니다.
머스크는 이걸 2018년부터 'SpaceX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이야기해 왔습니다.
당시 주장은 이랬습니다.
약 10개의 소형 로켓 스러스터를 단다.
뒷좌석을 들어내고 그 자리에 설치한다.
가속과 최고속, 제동과 코너링을 극적으로 개선한다.
압축가스 탱크를 쓰는데, SpaceX 로켓에 들어간 것과 같은 계열로 거론됩니다.
말 그대로 자동차에 로켓 부품을 얹는 발상입니다.
여기서 또 한 번 선을 그어야 합니다.
추진기를 달면 '0-60mph 약 1.1초'가 나오고, 차가 잠깐 공중에 뜬다(hover)는 이야기.
이건 전부 머스크의 주장입니다.
일렉트렉도 이 수치들을 두고 "머스크의 과거 주장이며 입증된 능력이 아니다"라고 명시했습니다.
실제로 외부에 공개된 시연 영상이나 실측 자료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건 딱 하나인데요.
2026년 4월 말, 테슬라와 SpaceX 직원들이 머스크 본인에게 보여준 '초기 시연'.
그게 전부입니다.
공개 데모로 보여줄 준비는 아직 안 된 상태라는 게 보도의 핵심입니다.
2017년 공개 당시 내건 수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0-60mph 1.9초, 최고속도 250mph, 항속거리 620마일.
전부 발표 당시의 목표치였고, 실측이나 양산 검증을 거친 값이 아닙니다.
숫자가 화려할수록 한 번 더 의심하게 되는데요.
이 경우엔 그 의심이 합리적입니다.
이 차의 진짜 특징은 어쩌면 추진기가 아니라 '연기'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타임라인을 보면 이렇습니다.
2017년 11월에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면서 2020년 양산을 약속했습니다.
이후 2022년, 2023년, 2024년, 2025~2026년으로 목표가 계속 밀렸습니다.
지금 거론되는 양산 목표는 2027~2028년입니다.
한 가지 헷갈리기 쉬운 부분을 짚자면, '8월 이후'는 공개 시연 일정이고 양산은 그것과 별개라는 점입니다.
데모가 8월로 밀렸다고 해서 양산이 8월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일부 매체는 이번 연기를 2017년 이후 '여덟 번째 일정 변경'으로 셌습니다.
다만 이 '여덟 번째'는 매체마다 집계 방식이 달라서 나온 숫자이고, 공식 카운트는 아닙니다.
카스쿱스 같은 곳은 서수 표현 없이 "또 한 번 미뤄졌다"고만 했습니다.
이쯤 되면 가장 궁금한 건 돈을 낸 사람들입니다.
예약 구조는 두 가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본 예약은 보증금 5만 달러.
초기 1,000대인 파운더스 시리즈는 25만 달러 전액 선납.
문제는 2017년부터 돈을 낸 예약자들이 거의 10년이 지나도록 양산차를 받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일렉트렉은 "거의 10년 뒤, 그들 중 누구도 양산차를 보지 못했다"고 적었습니다.
상징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이 2018년에 예약했는데요.
2025년 10월 "7년 6개월은 차량 인도를 기다리기엔 너무 긴 시간"이라며 5만 달러 환불을 공개적으로 요청했습니다.
국내 출시나 예약 정보는 어떨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한국 시장 전용 정보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습니다.
국내 보도도 대부분 미국 소식을 받아 전한 화제성 위주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언제, 얼마에 살 수 있는지는 아직 말하기 어렵습니다.
딱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로켓 달린 슈퍼카라는 기대는 여전히 크지만, 확정된 건 '또 미뤄졌다'는 사실 하나뿐입니다.
추진기도, 1.1초도, 공중 부양도 아직은 머스크의 주장과 내부 시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니 다음 소식이 들려도 한 박자 늦춰 받아들이시길 권합니다.
화려한 숫자와 실제로 굴러가는 차 사이에는, 9년이라는 거리가 아직 남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