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HW3 차주분들이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먼저 가더라고요.
2025년 초 v12.6.4 이후로 약 14개월. 그 사이 HW4 차량은 FSD v14 풀버전을 받아 달리고 있었고, HW3 차주들은 버그 수정 수준의 업데이트만 받으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2026년 6월 29일, 드디어 소식이 왔습니다.
소프트웨어 버전 2026.20.5.1, 공식 명칭 FSD 14. HW3 차량이 v14 계열에 처음 진입하는 빌드입니다.
그런데 기쁜 마음 절반, 짚어봐야 할 것 절반입니다. 이 글은 그 절반을 솔직하게 정리한 것입니다.
이번 2026.20.5.1에서 HW3 차량에 처음 포함된 항목들을 릴리스 노트 기준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FSD (Supervised) v14 Lite.
HW4 FSD v14 모델을 HW3이 돌릴 수 있도록 경량화한 버전입니다.
Start Self-Driving from Park.
주차 상태에서 바로 FSD를 시작할 수 있는 기능으로, HW4에 먼저 나왔던 것이 이번에 HW3로 확대됐습니다.
Arrival Options.
목적지 도착 시 동작 옵션입니다.
Speed Profiles, 그리고 여기에 새 프로파일 SLOTH 추가.
14개월 만의 업데이트답게 한꺼번에 꽤 많은 것들이 들어왔습니다. 초기 사용 후기(@WholeMars 등)에서 "FSD 12에서 엄청난 업그레이드"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번 빌드에서 처음 이름을 들어본 분도 많을 'SLOTH'. 이게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릴리스 노트에 확정된 정의는 이것입니다.
"CHILL보다 더 낮은 속도, 더 보수적인 차선 선택."
전체 속도 프로파일 순서로 보면 이렇게 됩니다.
SLOTH, CHILL, STANDARD, HURRY, MAD MAX.
이 중 SLOTH가 가장 보수적인 끝입니다. 기존의 가장 느린 모드였던 CHILL보다도 더 천천히, 더 신중하게 달립니다.
매체 리뷰어들의 체감 묘사로는 제한속도보다 약 5~10km/h 아래로 달리고, 코너에서도 한층 천천히 돈다고 합니다. 다만 이 수치는 테슬라 공식 수치가 아니라 리뷰어들의 체감 추정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이름처럼 느릿느릿 달리는 모드입니다. 그리고 이 모드의 존재는, HW3 Lite의 성격을 조금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부분이 아마 가장 많이 궁금하실 겁니다.
공식 입장을 먼저 말씀드리면, 테슬라 측은 'Lite'라는 명칭이 "사용자 경험 축소"를 뜻하는 게 아니라 "신경망 크기 압축(경량화/증류)"을 뜻한다고 설명합니다. 모델 자체를 HW3 메모리에 맞게 작게 만든 것이지, 기능을 잘라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압축된 모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매체들은 이렇게 씁니다. 반응 시간이 HW4보다 느릴 수 있고, 판단의 깊이가 HW4만큼 철저하지 않을 수 있다고. 실주행 인상에서도 "HW4보다 더 소심하게(timid) 운전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래서 "HW3 차주는 HW4 대비 기대치를 조금 낮출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공존합니다.
확정된 제한 사항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 무감독(Unsupervised) FSD와 로보택시 기능은 HW3에서 영구적으로 불가합니다. 머스크가 Q1 2026 실적 콜에서 HW3의 메모리가 HW4의 약 1/8 수준이라고 직접 언급했고, 이 하드웨어 한계로 무감독 FSD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공식 인정했습니다.
둘. v14 Lite는 감독형(Supervised)입니다. 운전자는 주의 의무를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한 가지 더. MAD MAX 속도 프로파일이 HW3 Lite 빌드에서 빠진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한 매체의 묘사이며, 릴리스 노트가 'MAD MAX 제외'를 명문화한 것은 아닙니다. 현재로서는 '단서 수준'으로 보시면 됩니다.
공식적으로 확정된 제한은 무감독/로보택시 불가뿐입니다.
나머지는 "같은 기능이되 반응속도와 판단 깊이가 HW4보다 낮다"는 질적 차이가 핵심입니다.
이 부분이 가장 조심스럽게 써야 하는 대목입니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두 개의 별개 질문이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둘을 혼동하면 잘못된 기대를 갖게 됩니다.
첫 번째 질문은 이것입니다.
v14 Lite 빌드가 한국에 언제 배포되나요.
6월 29일 배포는 북미 한정 Early Access 시작입니다. Teslascope 추적 기준으로 6월 29일 시점의 실제 설치 건수는 사실상 1건 수준이었습니다. '발표 = 즉시 전 차량 동시 배포'가 아닌 것입니다.
테슬라 AI 책임자 아쇼크 엘루스와미는 "Early Access 고객을 시작으로 앞으로 몇 주에 걸쳐 더 많은 차주에게 배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는 높은 Safety Score 운전자와 인플루언서 그룹 한정입니다.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배포 시점은 테슬라 공식 일정이 없습니다. 매체들은 2026년 하반기를 전망하지만, 이것은 매체 추정이지 공식 발표가 아닙니다.
두 번째 질문은 이것입니다.
한국에서 HW3 차량이 FSD 기능 자체를 쓸 수 있나요.
이게 진짜 병목입니다.
2025년 11월 테슬라가 한국에 감독형 FSD를 정식 개시했는데, 우선 적용 대상은 미국산 HW4 차량, 즉 Model S, Model X, 사이버트럭이었습니다. 한미 FTA 구조를 활용해 미국산 차량에 먼저 적용한 방식입니다.
한국 도로에서 HW3 차량 상당수는 상하이 공장에서 만들어진 Model 3, Model Y입니다. 이 차들은 중국 안전기준이 적용된 차량이라, 국내에서 FSD 기능 활성화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빌드 배포 시점과 FSD 기능 가용성은 별개입니다.
설령 v14 Lite 빌드가 한국에 온다 해도, 상하이산 HW3 차량 차주에게는 FSD 기능 자체가 국내에서 열려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산 HW3 차주(한국에 소수)는 FTA 구조상 기대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HW3 차주 다수를 차지하는 상하이산 Model 3, Model Y 차주에게는 'FSD 기능의 한국 가용성'이 선결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HW3 Lite가 한국에 온다 = 한국 HW3 차주가 곧 FSD를 쓸 수 있다'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14개월 만의 대형 업데이트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7년 된 하드웨어에 v14 스택을 욱여넣었다는 것, 그 자체가 작은 성취가 아닙니다. "FSD 12에서 엄청난 업그레이드"라는 초기 반응이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동시에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Lite는 Lite입니다.
무감독 FSD와 로보택시는 영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반응속도와 판단의 깊이에서 HW4 풀 v14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SLOTH라는 가장 신중한 모드가 새로 생겼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기대와 현실 사이의 거리를 정확히 아는 것이 가장 좋은 준비입니다.
HW3 차주, 특히 한국에서 아직 FSD 가용성 확인을 기다리고 있는 차주라면 이 두 가지 질문을 따로 추적하시길 권합니다.
내 차에 v14 Lite 빌드가 왔는지, 그리고 내 차가 한국에서 FSD 기능을 쓸 수 있는 상태인지.
두 가지가 모두 맞아야 실주행에서 체감이 생깁니다.
테슬라가 한국 시장에 HW3 FSD 가용성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