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율주행 사고 뉴스를 볼 때 헤드라인부터 믿지 않으려고 합니다.
누가 잘못했는지가 정해지기 전에 '범인'이 먼저 정해지는 경우가 너무 많았으니까요.
이번 텍사스 사고도 그렇습니다.
테슬라 FSD가 켜져 있었다는 것까지는 분명한데, 그 다음부터는 '사실'과 '주장'과 '조사 중'이 뒤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셋을 갈라서 정리해 보려 합니다.
먼저 한 분을 기억하겠습니다. 이번 사고로 자택에서 숨진 76세 거주자, 마사 아빌라 님입니다.
2026년 6월 19일 금요일 저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교외 케이티에서 테슬라 모델3가 차로를 벗어났습니다.
차는 앞마당을 가로질러 2층 벽돌집을 들이받았습니다.
이 사고로 숨진 분은 차에 타고 있던 사람이 아닙니다.
그 집에 살던 76세 여성 마사 아빌라 님이었습니다.
집 앞쪽 방에 있다가 갑자기 들어온 차량에 변을 당했고, 병원으로 항공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운전자는 사고 당시 차가 자동주행 보조 시스템으로 운행 중이었다고 진술했습니다.
보안관실은 운전자에게 음주 징후가 없었고 수사에 협조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운전자에 대한 형사 기소는 없습니다.
운전자의 부상 정도나 향후 기소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먼저 분명히 해둘 게 있습니다.
테슬라는 사고 당시 FSD(감독형)가 켜져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합니다.
그러니까 쟁점은 'FSD가 켜져 있었느냐'가 아닙니다.
'FSD가 차를 그렇게 몰았느냐, 아니면 운전자의 가속 입력이 FSD를 무력화했느냐'입니다.
테슬라 AI 책임자 아쇼크 엘루스와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운전자가 이 주택가에서 가속 페달을 100%까지 끝까지 밟아 자율주행을 수동으로 오버라이드했고, 충돌 중 73mph(약 117km/h)에 도달했으며, 충돌 이후에도 가속 페달이 밟혀 있었다."
일론 머스크도 X에서 "말이 안 된다, FSD는 동네 길을 천천히 다니는데 이건 고속 충돌이었다"고 적었습니다.
여기서 한 박자 멈춰야 합니다.
이 '73mph', '충돌 후에도 가속 유지'라는 내용의 근거는 테슬라 자체 텔레메트리 로그뿐입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NHTSA나 외부 기관의 독립 검증은 거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이건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테슬라의 주장'입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부분을 객관적으로만 짚겠습니다.
테슬라 차량은 운전자의 물리적 페달 입력을 소프트웨어 명령보다 항상 우선합니다.
이건 테슬라 공식 문서로 확인되는 설계 사실입니다.
구체적으로 두 가지입니다.
속도 제어 기능이 켜져 있어도, 가속 페달을 밟으면 설정 속도를 넘어 더 가속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은 이를 운전자의 의도적 개입으로 봅니다.
자동긴급제동(AEB)은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동안에는 제동을 걸지 않습니다. 경고는 띄우되, 운전자가 개입을 오버라이드하도록 허용하는 설계입니다.
그래서 테슬라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가속 100% 입력으로 속도 억제와 자동제동이 무시되고 73mph에 도달했다'는 인과가 시스템상 성립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멈춰야 합니다.
'시스템상 성립할 수 있다'는 것과 '그래서 운전자 탓이다'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왜 운전자가 주택가에서 가속을 끝까지 밟았는지, 오조작인지 페달 오인인지 다른 무엇인지는 별개의 쟁점이고, 지금 조사 중입니다.
뉴스를 보면 '320만 대', '290만 대' 같은 숫자가 섞여 나옵니다.
서로 다른 숫자라 헷갈리기 쉬운데, 사실은 서로 다른 조사를 가리키는 숫자입니다.
하나씩 끊어서 보겠습니다.
약 320만 대(정확히 3,203,754대) 조사는 공학분석 EA26002입니다. FSD가 눈부심, 먼지, 안개 같은 가시성 저하 상황에서 카메라 성능 저하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문제를 봅니다. 2024년 10월 예비평가로 시작해 2026년 3월에 공학분석으로 격상됐고, 리콜을 요구하기 직전 단계입니다. 대상에 이번 사고 차종인 모델3가 포함됩니다.
약 290만 대(288만 대) 조사는 별개의 예비평가 PE25012입니다. FSD 차량의 신호위반과 중앙선 침범 같은 교통법규 위반을 봅니다. 2025년 10월에 개시됐습니다.
이번 케이티 사고 자체는 위 둘과 또 다른 갈래입니다. NHTSA는 이번 사고 한 건에 대해 '특별충돌조사(SCI)'를 열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320만 대 조사로 번졌다'는 표현은 정확히 쓰면 이렇습니다.
320만 대 조사는 이번 사고로 새로 생긴 게 아니라 이미 있던 조사이고, 이번 사고가 그 흐름과 맥락이 연결된다는 뜻입니다.
이번 사고가 320만 대 조사를 만든 게 아닙니다.
이 사고를 한 줄로 줄이면 이렇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근거인 '운전자가 가속을 밟았다'는 내용이, 지금은 테슬라 자체 로그에만 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NHTSA가 직접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와 온보드 로그를 확보하는 이번 특별충돌조사가 의미를 가집니다.
회사가 가진 데이터를 회사가 해석한 것과, 규제당국이 직접 꺼내 교차 검증한 것은 무게가 다르니까요.
사실 이 구조는 낯설지 않습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안전 통계를 두고도 '회사 자체 데이터일 뿐 외부 검증이 없다'는 지적이 계속 있었습니다.
이번 사고도 결국 같은 뿌리입니다.
테슬라 자체 데이터의 독립 검증이 아직 없다는 것.
그래서 저는 어느 쪽으로도 단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FSD가 범인'이라는 결론도, '운전자 100% 과실'이라는 결론도, 지금은 둘 다 이르니까요.
사고 원인은 조사 중입니다.
FSD의 정확한 버전, 이번 조사의 고유 번호, 유족의 소송 진행 여부 같은 것들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이야기입니다.
이번 사고 차량은 미국에서 판매된 모델3입니다.
한국에서 FSD(감독형)가 되는 차종은 미국산 HW4 모델 S, 모델 X, 사이버트럭 중심으로 제한적입니다.
국내 판매 대다수인 중국 상하이산 모델3와 모델Y는 아직 FSD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이번 사고와 똑같은 상황이 한국 도로에서 바로 벌어지는 건 아닙니다.
다만 사고가 던지는 질문은 차종을 가리지 않습니다.
감독형 자율주행에서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회사가 내놓는 자체 데이터를 어디까지 믿고, 누가 검증할 것인가.
이 두 질문은 한국의 FSD 확대 도입 논의에도 그대로 따라옵니다.
기술을 들이느냐 마느냐보다, 사고가 났을 때 진실을 누가 어떻게 검증하느냐가 먼저 정리돼야 한다고 봅니다.
자율주행을 믿고 안 믿고는 그 다음 문제니까요.